-게임위의 결정, “사행행위 모사”에 의한 19금 판정
-발라트로 개발자 심의 기준의 모순에 대한 비판
2025년 1월 21일, 전 세계적으로 5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명작 게임 ‘발라트로‘가 국내에서 청소년 이용불가(19금) 등급으로 분류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 게임은 포커 룰을 활용한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으로, 단순한 규칙과 전략적 재미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다수의 게임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행성 논란으로 인해 모바일 버전에서도 19금 등급으로 조정되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작년 8월, 발라트로에 대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부여했다. 심의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부분은 이 게임이 “사행행위를 모사했다”는 점이었다. 게임법 8조에 따르면, 사행심 유발의 우려가 있는 게임물은 등급분류 시 높은 연령 제한이 적용될 수 있다.
게임위는 발라트로의 핵심 게임 구조가 현실 도박과 유사한 규칙을 모방했으며, 이를 통해 실제 사행성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모바일 버전은 처음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았으나, 사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 최종적으로 19금으로 상향 조정됐다.
해외 사례와의 괴리, “글로벌 기준과 차이점”
한국에서만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유럽의 PEGI는 발라트로에 18세 이상 등급을 부여했다. PEGI 역시 “사행행위로의 유도 가능성”을 문제 삼았지만, 이러한 결정은 다른 글로벌 심의 기관들과 비교할 때 예외적인 사례로 보인다. 북미 ESRB는 발라트로를 전체 이용가로 평가했으며, 일본과 독일도 각각 전체 이용가와 12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했다.
특히 개발자가 발라트로의 18세 이상 판정에 대해 “소액 결제와 루트박스, 실제 도박 매커니즘이 포함된 EA스포츠 FC 시리즈는 3세 이용가를 받았다”며 조롱 섞인 비판을 남긴 점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우리도 실제 도박 시스템을 추가해 등급을 낮춰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심의 기준의 모순을 꼬집었다.
게임 심의의 모순과 개선 필요성
게임위의 결정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심의 기준 자체의 유연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게임법 8조의 사행행위 모사 기준은 주로 전체 이용가에서 15세 이용가 사이의 등급분류에 적용된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기준은 더 엄격하게 사실적, 구체적인 사행 행위 표현을 대상으로 해야 하지만, 발라트로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이머들은 현실 도박과 환금성 요소가 없는 발라트로가 “소재”만으로 도박물로 분류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 유저들은 “스포츠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과 배팅 요소는 낮은 연령 등급을 받으면서, 단순히 포커 족보를 활용한 게임은 왜 19금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를 약속한 게임위, 신뢰 회복 가능할까?
최근 홀덤 펍과 방송인들의 프로 포커 진출 등 포커에 대한 국내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태건 게임위 위원장은 작년 11월 취임 후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심의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며 전문성을 강화한 등급분류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심의 과정에서 게임 전문가와 이용자 의견을 더 폭넓게 반영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심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라트로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